예전에 영화 「메멘토」를 보았을 때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을 보고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찌 살아갈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큰 사고나 충격으로 당장 모든 기억을 상실해서 그동안 익힌 지식이며 정보가 다 사라지고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다 잊는다면 어떨까요? 또는 예전 기억만 담기고 새롭게 뭔가를 기억하는 능력이 사라졌다면 어찌 될까요? 기억이란 단순히 공부할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과거와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정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억이 저장되고 탐색되는 과정
① 약호화와 저장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반복하여 그 정보를 기억하는 과정을 약호화와 저장이라고 합니다. 약호화가 잘 될수록 공부한 결과가 기억에 잘 저장될 수 있으며 약호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5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의미적으로 이해된 정보는 형태나 음운으로 처리된 정보보다 잘 기억되는데 이를 정교화 처리라고 합니다.
둘째, 페이비오(Paivio, 1986)의 이중부호론에 따르면 이미지 정보는 의미 부호와 심상 부호로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단어를 외울 때 단어의 의미와 독특한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면 더 잘 기억됩니다.
셋째, 기억할 내용을 의미별로 묶는 덩이 짓기를 하면 정보를 더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넷째,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잘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 내용을 자신과 관련짓는 것이 기억을 향상할 수 있으며 이를 자기 참조 효과라고 합니다.
다섯째,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내용보다 긍정 정서 혹은 부정 정서를 가진 정보를 더 잘 기억합니다.
② 인출과 망각
인출은 상황에 적절한 정보를 장기 기억에서 찾아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인출은 자동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단서를 찾는 노력을 할 때 정보가 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기 기억의 특징 중 하나는 맥락의존적이라는 것입니다. 맥락이 내용의 인출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많이 제공할수록 정보가 더 잘 인출됩니다. 특히 약호화 특수성 원리라고 하여 약호화 할 때의 맥락과 인출할 때의 맥락이 유사할 때 가장 기억이 잘 난다고 합니다. 약호화 특수성 원리는 상황도 잘 적용되며 기분이나 감정 같은 내적 상태도 기억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망각은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기억의 과정 중 어느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서 약호화에 실패할 수도 있고, 시간이 오래 지나 정보가 사라질 수도 있고, 필요할 때 정보들을 회상하지 못하는 인출 실패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인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간섭입니다. 어떤 정보를 찾으려고 할 때 비슷하지만 다른 정보가 동시에 떠오르면서 인출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억할 내용을 공부할 때 순서로 인해 기억의 인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여기에는 순행 간섭과 역행 간섭이 있습니다. 순행 간섭은 이전에 경험한 일이 나중의 기억을 방해하는 것으로 전 시간에 공부한 영단어로 인해 다음 시간에 영단어가 잘 기억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역행 간섭은 다음에 공부한 내용이 전에 공부한 내용의 인출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간섭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억할 내용을 잘 구별되게 하거나 공부할 때의 맥락이 독특하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기억을 잘하는 방법>
심리학의 연구에서 검증된 비교적 효과적인 기억 방법 4 가지
1) 공부해야 할 내용을 시각화합니다.
2) 공부할 내용을 의미적으로 깊게 처리합니다. 처리 수준 이론에 따르면 동일한 정보라도 의미적으로 깊게 처리할수록 기억에 잘 저장됩니다.
3) 한 과목만 집중해서 공부하기보다 분산해서 공부합니다. 망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간섭입니다. 간섭은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망각이 나타나게 되는데 한 과목을 집중하여 공부하면 간섭을 증가시킵니다. 분산학습은 다양한 상황에서 공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출 단서가 증가하여 기억을 촉진합니다.
4) 의미와 이해를 구분합니다.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것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을 해주면 더 좋습니다.
(2) 기억의 구조
정보처리 이론에 근거한 중다저장모형에 따르면 기억은 감각 기억, 단기 기억, 장기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감각 기억(감각 저장고) : 외부의 정보가 감각기관(눈, 귀 등)을 통하여 잠깐 동안 머무는 이론상 용량의 제한이 없는 곳.
감각정보 중 주의를 기울인 정보만이 단기 기억으로 넘어갑니다.
▷ 단기 기억 : 감각 기억보다는 정보를 더 오래 가지고 있으나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 장기기억 :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기억으로 오랫동안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용량의 제한이 없습니다.
우리 기억에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존재함을 지지하는 증거로 계열 위치 효과가 있습니다. 단어 목록을 주고 외우라고 하면 목록의 마지막에 있었던 단어들이 가장 잘 기억하고 그다음에는 앞쪽에 있었던 단어들을 잘 기억하고 중간에 있었던 단어들을 가장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목록의 끝에 있었던 단어들은 아직 단기 기억에 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되는 신근성 효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목록의 앞쪽에 단어들이 잘 기억되는 것은 반복하여 외우는 과정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며, 이를 초두성 효과라고 합니다.
또 다른 증거는 기억 상실증에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역행성 기억 상실증과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행성 기억 상실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순행성 기억 상실증은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새로운 정보의 전이가 되지 않는 일종의 건망증으로 우울증 환자나 노인의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역행성 기억 상실증은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나 알코올성 기억 상실증인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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